2020. 7. 17 — 8. 23

Tue―Sun 12pm~6pm
Mon & Public holidays Closed

기획: 임진호(out_sight)
전시작가: 비토 아콘치, 제니 아마야, 레아 콜릿 & 마리오스 스타마티스, 파올라 에스트렐라, 톰 칼린, 강은희
포스터 디자인: downleit 박재영 X Syeon
구조물 디자인: 염철호
도움 주신 분: 김지우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Curated by Jinho Lim(out_sight)
Artist: Vito Acconci, Jeny Amaya, Lea Collet & Marios Stamatis, Paola Estrella, Tom Kalin and Eunhee Kang
Poster designed by downleit Jaeyoung Park X Syeon
Structure designed by Chulho Yeom
Supported by ARKO

본문


글_임진호(out_sight, 큐레이터)  



  2020년 봄, 사람들이 집으로 들어가 도시를 비우자, 광장과 시장에 사람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갈 곳이 없어진 관계들은 빠르게 매개 되어 재현과 통신의 네트워크로 전송되었다. 손을 잡고, 얼굴 맞대고 대화하며, 같은 공기와 음식을 먹는 일들은 네트워크상에서 글로 이야기되거나, 알고리즘으로 쓰여지게 되었다. 사람들은 체온이나 입꼬리 근육이 뒤틀리는 찰나처럼 언어적으로 표상되지 않는 것들을 간과하는 네트워크상의 관계에 대한 피로를 호소했다. 다시 예전 같아질 수는 없을 거라며 대면 시대의 낭만을 그리워했다.


  하지만 함께 있어도 외로울 때가 있다. 공유하는 현실은 하나일지 몰라도 그 안에는 우리만큼 많은 삶과 내면의 세계들이 겹쳐 있기 때문이다. 시간과 공간을 함께 한다고 해도 마음이 제각각의 어느 차원을 비행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저마다의 영혼은 다른 세계를 가지고, 저마다의 영혼에게 다른 영혼들은 세계 너머의 세계이기 때문이다​1. 삶을 다른 누군가와 나눈다는 것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사는 것 이상의 무엇이다. 함께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고 있음에도, 마음이 좀처럼 연결되지 않는다고 느낄 때가 분명 있다​2. 소파에 둘러앉은 가족이 각자의 단말기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난 거실의 적막처럼, 몸은 지척에 있지만 마음은 멀기만 하다. 


  우리는 저 단절된 개인들의 우주를 불완전한 언어의 다리로 이을 수 있을 거라 믿으며, 나의 세계 안에 상대의 이야기를 쌓아 올린다. 그러나 상대에 대한 나의 기억은 그에 대한 나의 픽션일 뿐이다. 때로 서로 너무 다른 둘의 이야기는 이어지지 못하고 허공에 고인 채 둘을 밀어낸다​3. 현실을 능숙하게 다루는 이들은 이따금 상대에 대해 멋대로 지어낸 이야기를 사실인 양 공표 하며 상대의 존재를 자기 구미에 맞게 왜곡시킨다​4. 그리고 마음속에서 멋대로 자라나 상대를 둘러싼 현실을 그럴듯하게 꾸며내는 기억은 사랑의 환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저 화면 속 남자는 최면을 거는 최면술사처럼, 없던 일도 꾸며내는 협잡꾼의 능숙한 언어로 화면 너머 없는 공간에 연인의 존재를 소환해낸다 (비토 아콘치 ⟨Theme Song⟩). 얼굴도 알지 못하는 연인의 몸을 세 치 혀로 끌어안는다. 사랑에 꼭 육체가 필요한 것은 아닌 것도 같다. 사랑은 원래 비대칭적이고 (일방적이고) 망상적이다. 사랑은 하나의 세계와 그 세계 너머를 매개할 뿐 아니라, 육체의 충동을 연정으로 표상하고 마음의 떨림을 육체적 욕망의 장으로 전송시키며 차원과 경계를 넘는 질서의 교란자이다 (사랑이 그것을 경계하는 가문과 계급과 시공의 질서를 교묘히 속이면서 멀리 떨어진 연인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로맨스물의 인기는 시공을 초월한다). 


  그러나 언어로 빚어지고 기술로 매개된 사랑이라고 해서 살갗을 맞댄 사랑보다 가볍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5. 그곳에서의 사랑은 이곳에서의 사랑만큼이나 실재한다. 얼마나 피상적으로 보이든 간에 그곳에서도 우리는 똑같이 서로에게 반한 채로 함께 지낸다 (레아 콜렛 & 마리오스 스타마티스 ⟨Apex Body⟩). 기술은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어딘가에 대한 영혼의 사랑을 현실에서 이루어지게 하려는 듯, 우리가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시점에서 가본 적 없는 장소를 내려다보며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친구와 함께 투명한 이미지의 상공을 비행하며 영혼의 지평을 넓힐 수 있게 해준다 (강은희 ⟨Distant Calling⟩). 그러나 현실 너머, 보다 더 나은 곳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은 현실을 견딜 수 없이 황폐한 것으로 망쳐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천국을 숭배하고, 하얗고 깨끗한 몸을 우상시하거나, 절대적 이상의 세계를 흠모할 때엔, 이생은 한계이거나 걸림돌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연결은 사랑을 매개하는 기술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론 육체 없이 사랑하고 몸을 소외시킨 채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게 하는 단절의 기술이기도 하다. 마음을 어디로든 매개해 주는 오늘의 통신과 재현 기술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없애는 동시에, 모두의 얼굴 앞에 뚫을 수 없는 방화벽을 세운다. 연결은 모든 이들의 고립을 지속 가능하게 하고, 모든 이들의 고립은 다시 네트워크의 밀도를 높인다. 거리를 매개하는 기술이란 결국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기술이다. 연결과 단절은 서로의 조건이자 결과이고, 단절된 육체와 연결된 정신은 그 속에서 사는 오늘의 인간의 모델이다. 네트워크 속 관계의 가능성은 고립된 개개인의 고독만큼이나 실재하는 현실이며, 존재의 단절 또한 디지털 유심론의 낙관적 들뜸 아래 그림자처럼 실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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¹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² 파올라 에스트렐라 <Cyberastronaut>

³ 미셸 우엘벡 <소립자>

"공간은 살과 살을 갈라 놓는다. 말은 통통 튀면서 살과 살 사이의 공간을 가로지른다. 타인의 이해도 얻지 못하고 반향도 일으키지 못한 그의 말은 허공에 고인채 썩는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그건 누가 보기에도 명백한 일이었다. 그러고보면 말도 살과 살을 갈라놓을 수 있는 셈이다."

톰 칼린 <They are lost to vision altogether>

80년대 에이즈의 발병을 둘러싼 사회적 담론의 기록들을 엮은 칼린의 영상은 타자에 대한 픽션이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도구로서 현실규범을 날조하는데 동원되었던 역사를 조명한다. 때로, 타자 혐오의 터무니없는 근거들은 신화처럼 (믿거나 말거나) 전승되며 사회의 규범으로 현실에 실재한다.미국내 에이즈 백신의 상용화에 앞서 아프리카인을 대상으로 실험하자는 어느 연구자의 30년전 주장은 놀라울만큼 오늘의 코로나 시대에 대한 기시감을 선사한다.

제니 아마야 <MAMA VIRTUAL>

어린 자식들을 고향집에 두고, 엄마는 십몇년 전에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왔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못하는 엄마는 인터넷에 접속해 가족의 소식과 고향 풍경을 보고 듣고 쓰다듬는다. 엄마는 남의 자식을 키워 받은 월급을 고향의 자식들에게 송금하고 국제전화 선불카드를 충전한다. 고향의 아이들을 키운 것은 전산화된 엄마 목소리와 달러화이다. 매개의 기술 덕분에 가족과 함께 할 수 없는 시간이 그래도 버틸 만하지만, 그렇게 타향살이를 이어가는 동안에는 그 기술의 충실한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노동시장과 금융과 통신의 네트워크 안에서는 엄마는 노동과 사랑의 상품으로 납작 해졌을지라도, 수화기 너머로 자식을 키워낸 모성은 결코 가볍지 않다. 




  Spring 2020, cities were emptied as people left to home. No body was to be found in markets and plazas. Left behind the gone bodies, contacts and relations seemed as they have lost their places to nest. But before long, the technology of representation and communication has mediated private and public contacts, and transferred the interactions to the network. Affairs like holding hands, talking face to face, or sharing foods and moods are now written as texts, scripts, manuals, articles, and algorithms. Then, there was the fatigue: people got worn out of the datafied relationships, which overlooked those flashes such as slight fever of a humble admirer or a faint twist on the edge of the smiling lips. We all grew nostalgic about the time of physical contact. The concern that things would never be the same made the separation more lonesome. 


  However, even when bodies were gathered together, we were not unlonely at all. Even when we say we share a reality, there are piles of lives and inner worlds as many as the number of ‘I’s. Even when we share time and space, we have no idea in which dimension each of us sails. After all, to every soul, there belongs another world; and for every soul, every other soul is an afterworld¹. Sharing life with another should be more than just sharing time and space. There are moments when one feels deeply disconnected from the loved one, even when they have breakfast face-to-face². Like in the solitude of a living room after everyone has entered into one’s device, bodies could be within a foot, but minds worlds apart.


  Supposing words, that flawed bridge, can traverse the abyss separating one from another, we build stories of others in our inner worlds. But my memory of you is nothing but my fiction of you. At times, two disparate fictions would fail to cross the space between one skin and another, thus push away from each other³. And at times, those who excel at manipulating reality would proclaim fictions about others as if they were true to fabricate social order for their profits and interests. And now and then, memories would be deformed, embellished, or hyped beneath one’s consciousness, thus forge illusions of love and fabricate a universe of the two. Look at that man on the screen. Like a con artist, he summons a lover in the non-space behind his camera with his mesmerising language of a hypnotist (Vito Acconci Theme Song). He embraces the body of his unrevealed lover with his gibberish. It seems all love needs is words. Perhaps, love needs no body. Indeed, love is a unilateral one, love is mostly delusional, anyways. Love not only mediates a world and an afterworld, but can also convert bodily impulses into melodramas, and likewise, transmit romantic feelings to the field of carnal desires. Love is a trickster, a boundary-crosser: jumping dimensions, and hoaxing the order. (Love stories about affairs that connects separated lovers by tricking the order of time, space, class, and the families are universally popular.)


  But, who would say that love blossomed in language is flimsier than love moulded in the flesh? Is technologically moderated romance idler than a fleshly affair⁵? Love over there is as real as love right here. Lovers stay together there, however superficial it may seem on the surface⁶. Friends logged on from different continents flight through the transparent sky on Google earth to open up the horizon of their souls by traveling the world together⁷. As if technology wills to fulfill the soul’s love for somewhere beyond now and here, it brings us to places we’ve never been and provides us visions from perspectives that we’ve never had. However, it must be remembered that blind love for a better place beyond reality can ruin reality as a deserted place. When one recklessly worships heaven, idolises white and clean body, or admires the absolute ideal; earthly life would be nothing but a limit or a hindrance. 


  The technology of connection is a technology of love, but at the same time, it is a technology of separation that makes believe that one can love without a body and live with the body isolated. Today’s technology that brings the mind wherever it adores may curtail the distance between an individual and another; but at the same time, it shall build a firewall against each face that cannot be evaded. Connection sustains everyone’s isolation, and everyone’s isolation makes the network denser than ever. After all, technology that mediates the distance is technology to keep the distance. Connection and isolation are each other’s condition and effect. And isolated body with a connected mind is the model of the human being in today’s world. The possibility of the network of relationships is as real as the solitude of individuals in the system, and vice versa: isolation of beings in the networked society really exists under the shadow of the optimism of digital dualism.


eng. text by Jinho Lim
(out_sight, curator)



¹ Friedrich Nietzsche Thus spoke Zarathustra 

² Paola Estrella Cyberastronaut 

³ Michel Houellebecq The Elementary Particles 

“Space separates one skin from another. Words cross the space, the space between one skin and another. Unheard, unanswered, the words hang in the air and begin to decay, to stink; that’s the way it is. Seen like this, words could separate, too.” 

⁴ Tom Kalin They are lost to vision altogether

The video is a compilation of documentations of private moods and public discourses in the ‘80s surrounding the early AIDS epidemic. It exemplifies the history of political and financial fictions that forged society’s order to exploit the condition of others. At times, allegations about minors are passed over like the myths (believe it or not) to form the basis of hatred. From an AIDS researcher’s claim to choose Africans to test the safety of the potential AIDS vaccines before distributing them in the US, we see an odd deja vu of today’s discourse around the COVID19.   

⁵ Jeny Amaya MAMA VIRTUAL 

Mom has left her children at home and crossed the border to the US dozens of years ago. She keeps her smartphone in her hands, with her eyes caressing her kids and grandkids on the screen. She wires her paycheck to her family, which she has received after caring other families. She buys pre-paid cards with the rest of her paycheck. It is the digitised dollar and voice of the mother that have cared her family at home. Thanks to the technology of connection, her time isolated from her family were somewhat bearable. And as she continues to live away from her family, she will remain a faithful consumer of the technology. Within the network of the global care labour, finance, and communication; Mom may have been reduced to a flat commodity of love. But her love that transcends the physical border and the distance is not at all flat. Not at all. 

⁶ Lea Collet & Marios Stamatis Apex Body 

⁷ Eunhee Kang Distant Calling

Curated by Jinho Lim(out_sight)
Artist: Vito Acconci, Jeny Amaya, Lea Collet & Marios Stamatis, Paola Estrella, Tom Kalin and Eunhee Kang
Poster designed by downleit Jaeyoung Park X Syeon
Structure designed by Chulho Yeom
Supported by ARKO

Tom Kalin, They are lost to vision altogether, 1989 &lt;br /&gt; 영상, 13분 16초

Tom Kalin, They are lost to vision altogether, 1989
영상, 13분 16초

Jeny Amaya, MAMA VIRTUAL: Ana &#038;amp; Aleyda, 2018 &lt;br /&gt; 영상, 12분 35초

Jeny Amaya, MAMA VIRTUAL: Ana & Aleyda, 2018
영상, 12분 35초

Jeny Amaya, MAMA VIRTUAL: Carmen, 2015 &lt;br /&gt; 영상, 17분 30초

Jeny Amaya, MAMA VIRTUAL: Carmen, 2015
영상, 17분 30초

강은희 Eunhee Kang, Call 1_디스턴트 콜링(Distant Calling), 2019, 2채널 영상, 8분

강은희 Eunhee Kang, Call 1_디스턴트 콜링(Distant Calling), 2019, 2채널 영상, 8분

Call 3_스페이스 오디세이(Space Odyssey), 영상, 7분 55초, 2019

Call 3_스페이스 오디세이(Space Odyssey), 영상, 7분 55초, 2019

Paola Estrella, Cyberastronaut, 2020, 영상, 2분 3초

Paola Estrella, Cyberastronaut, 2020, 영상, 2분 3초

Vito Acconci, Theme Song, 1973&lt;br /&gt; b&#038;amp;w, 영상, 33분 15초

Vito Acconci, Theme Song, 1973
b&w, 영상, 33분 15초

Lea Collet &#038;amp; Marios Stamatis, Apex Body, 2020&lt;br /&gt;영상, 9분 57초

Lea Collet & Marios Stamatis, Apex Body, 2020
영상, 9분 57초